"대학시절은 20~30년 후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기본을 닦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단지 숫자일 뿐인 학점에 연연하거나 자격증 따는 데 열중해서는 금융시장과 기업들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합니다.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은 19일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세 번째 강사로 나서 한양대에서 '금융환경 변화와 증권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강의했다.

남 사장은 우리선물 사장을 거쳐 지난해 9월 이트레이드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위탁매매 중심 온라인 증권사였던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취임 후 오프라인 지점 개설 등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종합증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 학교 경영학과를 1982년에 졸업한 남 사장은 후배들에게 현직 증권사 CEO로서 증권업계가 원하는 인재상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신입직원들의 프로필을 보면 학점은 좋지만 정작 필요한 과목들은 듣지 않은 경우가 더러 보입니다. '투자론'이나 '회계학'처럼 어려운 공부는 제껴두고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실전에선 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는 "대학 때부터 증권에 관심이 있었다는 직원들도 대개 기술적 지표 등 '잔기술'을 배우는데 치중한 경우가 많다"며 "기본에 충실해야 할 시기에 데이트레이딩과 같이 잘못된 습관에 익숙해지는 것은 자신의 성장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사장은 또 "학생으로서 주식이나 선물에 투자할 땐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헤지하는 방법 등 여러 기법을 공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주식 투자엔 다양한 방법이 있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학생 때엔 기본을 먼저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사장은 "원칙과 룰을 지키는 윤리의식을 갖춘 인재가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증권사들에서 찾는 인재"라며 "미국 주식을 팔고 한국 주식을 사는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글로벌 시각을 키우고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산업의 변화와 문제점도 지적했다. 남 사장은 "금융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위탁매매에 치중된 낙후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자금력과 인력 등도 선진 금융회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들이 아직 은행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작지만 이익 창출을 통해 내부 유보를 확대하고,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으로 대형화를 모색한다면 증권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 증권투자동아리 '스톡워즈'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림씨(경영학과 3년)는 "증권사 입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현직 사장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