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손실이 나면 운용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 주식형펀드를 출시하려다 무산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강 회장은 자사 펀드를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팔지 않고 직접 판매만을 고집해 펀드계 '이단아'로 불리는 인물로,증권사 직원이던 1990년대 말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등에 1억원을 투자해 156억원으로 불린 증권계 스타다.

이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세웠고 이 회사를 지난해 자산운용사로 전환시켜 '리치투게더' 시리즈의 3개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합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로 키웠다.

강 회장이 추진했던 주식형펀드는 가입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투자 원금이 손실이 났거나 시장 수익률보다 낮으면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던 운용보수를 모두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 회사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판매하지 않고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서만 가입이 가능해 판매보수는 원래부터 없다. 따라서 강 회장의 계획대로 펀드가 나와 3년 뒤 손실이 난다면 약 2% 안팎인 운용보수마저 받지 않게 돼 펀드 투자자들은 보수로 한 푼도 내지 않는 셈이다.

그는 이 같은 펀드를 내놓으려고 시도하게 된 것은 국내 펀드 투자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했다. 강 회장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 및 은행들은 증시가 고점일 때만 펀드를 쏟아내다 증시가 고꾸라지면 신규 펀드를 아예 내놓지 않는다"며 "이 같은 현상은 펀드 수익률과 상관없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보수를 받아가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금융회사들이 투자자의 손익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에선 증시가 활황일 때 주식형펀드를 내거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나면 원자재펀드를 출시하는 등 인기에만 영합하는 펀드 시장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고점일 때 출시된 펀드들은 증시가 하락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며 "이는 펀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져 투자자들을 직접 투자시장으로 내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단기간에선 직접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장기적으로 봤을 땐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수익을 내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 같은 펀드를 내놓으려고 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올 2~3월을 전후해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함께 이 펀드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감독 당국으로부터 리스크가 크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며 아쉬워했다.

강 회장은 "이 펀드가 나와 시장에 정착되면 자산운용사들은 유일한 수익원인 운용보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증시가 저점일 때 펀드를 내놓게 될 것"이라며 "결국엔 금융회사 자신들보다 고객의 수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이런 펀드를 꼭 출시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펀드 상품을 제대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이 이처럼 남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자사 펀드를 직접 판매하고 있고,이 같은 특성 탓에 펀드 가입자들이 대부분 목돈을 가지고 온 '큰손'들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