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이사장 박해춘)이 최근 주식을 팔아 대규모 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무릎에서 사 어깨에서 판다'는 투자 정석을 그대로 실천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국내 주식 6조5000억원어치(평균 매입 지수 1240)를 사들인 뒤 올 들어 3월부터 지난 15일까지 3조원어치를 매도해 11.86%의 수익률(평가이익 포함 차익 7709억원)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국내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한창 높아졌던 작년 10월에만 무려 2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이 가운데 1조원어치는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졌던 10월 중반께(10월24~29일) 매수한 것이다. 당시는 지수 800선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매수세가 사라졌던 때다. 특히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팽배했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 과거 지수 추이와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증시가 저평가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수 900~1000선은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7~0.8배 수준이어서 확실한 저평가 · 과매도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체질이 변하면서 2005년 이후 지수 저점은 지수 1000,PBR는 1배,PER(주가수익비율)는 10배 정도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

만약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PBR 0.6배)까지 나빠져도 지수가 850 이하로 빠질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무릎'인 지수 1000선에서 대규모 매수를 과감히 결정했다. 국내 경기의 장기적인 'U자형' 회복 가능성과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서 역할을 고려한 것도 대규모 매수의 배경이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17일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소극적인 매수로 국내 증시가 붕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1995년 외국인 투자 개방 이후 행태를 분석해 외국인 역시 지수 1050~1100 구간에서 다시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당시 매수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지금의 주가 반등을 가능하게 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하자 작년 말 사놓았던 주식의 일부를 내다팔고 있다. 올 들어 1,2월에도 1조원어치를 매수했지만 지수가 1200선 이상으로 올라간 3월부터는 3조원어치를 매도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만약 3월 이후에도 계속 순매수를 했다면 증시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증시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역할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