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을 조작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캐나다 대형은행이 운용한 ELS 외에도 추가로 여러 건 적발,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ELS가 만기가 도래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통상 보유 주식을 만기일 당일의 종가에 모두 파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거래소가 수익률 조작 여부를 가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본지 5월 15일자 참조]

캐나다 은행이 만기일에 주가 떨어뜨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캐나다은행은 한국에서 파생상품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 조작 의심사례 여러 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수익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ELS 사례를 여러 건 적발했으나 확인할 것이 너무 많아 감리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캐나다 대형은행이 운용했던 ELS와 달리 국내 증권사가 직접 운용한 일부 ELS도 만기일 수익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감시위는 조사 중인 사례가 몇 건인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LS 수익률 조작 파문은 ELS 운용 방식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만기 이틀 후에 투자자금을 돌려주려면 만기일에 보유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헤지용 매도인지 시세 조작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거래가 많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ELS 운용 담당자는 "헤지목적으로 운용해도 결과만 놓고 보면 만기일에 기초자산인 종목의 종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처럼 오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7년에는 국내 W증권사가 ELS 운용과정에서 보유종목의 주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쳐 시장감시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일도 발생했다.

다른 증권사 ELS 운용 담당 책임자는 "문제가 된 ELS 사례는 너무 극단적이지만 만기일에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종가에 영향을 줘 때에 따라서는 ELS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당국에 종가 왜곡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현물결제(자금 대신 주식으로 결제) 도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헤지인지 조작인지 경계 모호

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감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헤지용 매도와 시세 조작의 경계에 있는 사례들이 적지 않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사안이 워낙 민감해 감독기관과 협의해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심심찮게 제기되는 ELS 수익률 조작 우려에 대해 업계에선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화증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회사에 타격이 있더라도 불공정거래를 발본색원하자는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조사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ELS 어떻게 운용되나

ELS 운용자들은 보통 ELS 발행자금 가운데 30%가량씩을 기초자산이 되는 A종목과 B종목을 사고 나머지 40%는 채권 등에 투자한 후 만기일까지 ELS 헤지프로그램에 따라 매매한다.

헤지프로그램은 통상 오르는 주식을 팔고 떨어지는 주식을 사게 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어 만기일에 가서는 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대거 보유하는 상황이 된다. 만기일에는 고객에게 돌려줄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보유하고 있는 해당 주식을 종가 수준에 관계없이 대거 처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때에 따라선 수익률 조작 유혹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ELS 운용역은 "자칫 종가에 영향을 미쳐 수익률이 달라지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운용의 묘를 살려 만기일에 손실 위험을 안고 장중에 물량을 줄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외국계는 헤지프로그램에 따라 원칙적으로 ELS를 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김재후/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