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26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증시의 상승 동력이었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증시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자금 유입에 힘입어 증시가 앞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 하이닉스 증자 26조원 몰려…공모 시장 '후끈'

15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무려 26조8000억원 자금이 몰린 것으로 추정됐다. 모집 금액인 7200억원보다 약 36배가 넘는 금액이다.

9개의 주관사 중에서 대우증권에 6조600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고, 우리투자증권에 6조5000억원, 굿모닝신한증권에 3조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도 각각 2조3000억원, 2조1000억원이 들어왔다.

경쟁률은 대우증권이 43.77대1로 최고였고, CS증권이 14.02대1(잠정)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1월에도 3516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신주발행가격이 5400원으로, 그 후 하이닉스 주가는 3배가 넘는 1만6000원대까지 올랐다.

이번에도 이와 같은 고수익을 노리고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하이닉스의 신주발행가는 1만350원으로 15일 종가 1만3300원보다 20% 이상 싸다.

다른 공모주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 11일, 12일 공모주 청약을 접수한 태양광 발전시스템 업체 서울마린에 청약 증거금이 1조3000억원 가량 몰렸다. 중국원양자원, STX엔파코, 한국정밀기계 청약에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집중됐다.

시장에서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안정적이고 수익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공모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시중 자금 유입으로 유동성 효과 지속

증시 전문가들은 공모주 청약 열풍이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 4월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최근 1400선 전후에서 정체된 상태다.

개인의 주식 매수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나마 믿음직했던 외국인의 매수세마저 줄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말부터 5월중순까지 적게는 1000억원대, 많게는 5000억원대의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지난 13일과 14일에 각각 472억원, 742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15일에는 순매수로 전환됐지만 규모는 180억원에 불과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외국인 입장에서는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외국인의 매매마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중 뭉칫돈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유동성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모주로 몰리는 자금은 직접투자와 비교할 때 그 성격은 다르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장세를 좋게 보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고 밝혔다.

최관영 현대증권 주식운용부 과장은 "다음주 초 환불되는 증거금의 일부분이 증시에 잔류해 수급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가장 많이 조정을 받았던 증권업종에 청약환불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