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들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수익률이 추락, 투자자금이 '반토막'으로 떨어진 펀드가 수두룩했지만 올 들어 주가 급반등에 힘입어 일부 펀드의 경우 원금 수준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아직 코스피지수는 1400선이지만 사상 최고치(2064.85)였던 2007년 10월 말부터 적립식으로 꾸준히 납입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미 원금을 속속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거치식으로 투자된 펀드는 수익률이 -30%대로 원금 회복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거치식도 작년 9월 이후 가입한 펀드는 이미 원금을 회복해 수익률이 플러스권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비해 해외 주식형펀드는 원금 회복이 더딘 편이지만 손실폭은 줄어들고 있다.

◆적립식펀드의 위력

13일 펀드 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7년 10월 말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에 매월 말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전날 기준 평균 수익률은 -1.33%로 조사됐다. 거치식으로 묻어둔 경우의 수익률은 -30.70%로 크게 차이난다.

이미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펀드도 나오고 있다. 한국운용의 '한국투자삼성적립식1'은 3.01% 수익이 났으며 'KB신광개토선취형'(1.11%) '신한BNPP미래든적립식주식C'(1.09%) '한국밸류10년투자1'(0.69%) 'KTB마켓스타'(0.47%) 등도 원금을 회복했다.

'신영프라임배당적립식'(-0.15%)과 '삼성배당주장기주식'(-0.16%)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0.72%) '신영마라톤증권'(-0.82%) 등도 원금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도 지난해 10월 말 금융위기로 인해 납입을 중단했다면 원금 회복은 더 기다려야 한다. 예컨대 '미래에셋드림타겟'의 경우 2007년10월 말부터 매월 말 꾸준히 납입했으면 4.21% 수익이 나지만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단한 경우 수익률은 -9.01%에 그친다.

이에 대해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적립식펀드의 최대 장점인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를 거두려면 꾸준히 납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코스트 애버리징은 주가가 하락할 때 똑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어 펀드 내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플러스로 올라선 펀드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20.19%지만 '마이트리플스타''파워코리아2000코스닥주식' 등 24개 펀드는 이익을 내고 있다.

◆해외 주식형도 손실폭 줄여

해외 주식형펀드는 원금 회복에는 못 미치지만 손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적립식펀드는 손실폭이 10% 수준까지 낮아졌다.

2007년 10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그해 10월 말부터 적립식으로 꾸준히 넣었다면 손실률이 7%대로 좁혀진 상태다. 또 이 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슈로더운용의 '슈로더브릭스'와 '슈로더차이나그로스'는 각각 -11.28%,-14.20%를 기록했으며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 등도 적립식은 손실률이 20% 안으로 들어왔다.

해외 주식형펀드를 2007년10월 말부터 꾸준히 납입했다면 수익률은 -14.54%로 거치식(-48.36%) 손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거치식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원금을 넘어선 펀드들이 있다. 중국펀드에 2006년 5월 이전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미 원금을 회복했다. 중국펀드 3년 수익률은 8.93%에 이르고 있고 신흥국 주식(-0.38%) 일본 제외 아시아펀드(-4.74%) 등도 수익률을 빠르게 회복해 원금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올라가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지수가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 있을 수 있다"며 "적립식펀드의 경우 투자 원금을 불려나갈 경우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가 수익률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배 수석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400선 위에서 원금을 회복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쉬어갈 수 있어 연내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일부 환매도 고려해봄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