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의구심ㆍ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발목잡아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서 지루한 `게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극복이나 경기회복의 강도에 대한 의구심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 등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당분간 횡보장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6일 장중1,400선을 넘어선 코스피지수는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채 6거래일 연속 1,400선 부근에서 맴도는 횡보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과 1분기 기업실적 호조, 환율 안정 등의 호재에도 증시 상승탄력이 뚜렷이 둔화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의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분석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최근 증시 상승의 최대 원동력이 됐던 경기회복의 강도에 대한 의구심이 지적됐다.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제지표는 아직 뚜렷하게 눈에 띄지 않아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경기회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소비심리 회복"이라며 "하지만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극복 문제도 불안감을 던져주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시장이 안도했지만 이것이 금융 부문의 본격적인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대형 금융기관들이 대대적인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다 어느 은행을 막론하고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시장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정도의 모멘텀이지 금융위기의 완전한 극복을 의미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증시 상승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밸류에이션 부분도 별로 긍정적인 신호는 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조정되면서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시장 PER(주가수익비율)가 12.6배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2분기 이후에도 이익 전망의 상향조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1분기 수출기업 실적 호전의 최대 배경이었던 원화 약세 기조가 사라지고 있어 시장 주도주인 수출주의 향후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기업의 실적에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아 시장의 상승 모멘텀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선엽 애널리스트는 "최근 업종별 순환매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지수 반등을 이끌 주도주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당분간 횡보장세를 염두에 두고 매매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