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월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IT(정보기술) 관련주들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 영향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12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1400선이 붕괴된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급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도 있겠지만 메모리 업황 개선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오르내림에 주가가 큰 영향은 받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수출주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로, 원·달러 환율이 수출기업에 있어서는 무시 못할 변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주가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환율이 아닌 경기"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메모리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 전기전자 업종 중 메모리 산업의 수익이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목표가 76만9000원)와 하이닉스(1만9100원)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메모리부문의 영업이익은 2009년 7210억원에서 2010년엔 5조5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TFT-LCD(올해 7930억원→내년 3조원)와 휴대폰 부문(올해 4조1800억원→내년 3조9500억원)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한승훈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업황의 반등을 이끌었던 긍정적인 신호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 최근 대만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업체간의 통합은 공급감축이 수반되지 않는 한 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글로벌 업체들이 흑자를 낼 때까지는 한국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환율 효과보다 근본적인 펀더멘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IT 업종의 실적 개선에 환율 효과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최근의 환율 하락이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IT 업종의 실적을 볼 때 단순히 환율 효과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환율이 급등할 때 주가가 크게 빛을 본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글로벌 경쟁업체의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제품가격 반등, 시장점유율 상승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바라봐야 할 이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환율이 안정된 이후에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IT와 자동차 업종의 경우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 만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매수 시점은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