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정부가 추진 중인 대기업 구조조정의 역할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는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 지분 100%를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매각대금은 동부하이텍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기 상환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동부메탈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동부하이텍과 산업은행은 이달 중 매각 작업을 완료하기로 하고 조만간 산은의 실사가 끝나는 대로 가격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의 예상 매각대금 8000억원과 울산 중화학공장 및 동부저축은행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할 2000억원 등으로 2007년 12월 5년 만기 연장한 금융권 신디케이트론을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의 만기가 2012년 12월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동부하이텍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부는 또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펀드의 투자자 모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일부 금융 계열사들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산은에 제안했다. 추후 산은이 동부메탈을 매각하더라도 동부하이텍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바이백(buy back) 옵션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도 동부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동부하이텍의 현재 영업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권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며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현재 안진회계법인에 의뢰,동부메탈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동부가 KPMG에 의뢰해 실시한 실사 결과에 따르면 동부메탈의 가치는 8500억원이다. 동부는 동부메탈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우려가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은도 동부를 포함,7곳의 주채무계열(대기업 그룹)과 이달 중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부와의 딜(deal)이 대기업 구조조정의 역할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은은 두산그룹에 대해 미국 중소형 건설기계업체 밥캣 인수에 따른 차입금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차입금 대비 영업현금흐름(EBITDA,이자 · 세금 ·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 비율을 현재 6배 이하에서 7배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다른 채권단과 협의 중이다. 두산은 2007년 산은 등 은행들과 밥캣의 차입금을 EBITDA의 7배 이하로 유지한다는 재무약정을 맺었다.

이심기/김현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