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심리ㆍ유동성ㆍ경기회복 속도
증시 속도조절론에 점차 힘실려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넘어가면서 속도조절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열된 투자심리, 유동성 위축, 경기회복 속도 등 강세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3대 요인이 부각되면서 증시 상승의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3월2일 1,018.81로 올해 저점을 찍은 후 이달 8일 1,412.13까지 두달여 동안 400포인트 가량 오르는 무서운 상승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지수가 1,400 이상으로 올라서자 `과속 증시'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긍정론을 벗어나 과열 단계까지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달 주요 증권사의 분석기업 중 목표주가가 상향조정된 기업의 수는 202개로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았으며, 하향조정된 기업 수 52개의 무려 4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 목표주가의 상향조정이 가장 많았던 5월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터치한 후 5개월 연속 급락한 것은 향후 증시 전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에 비관적이었던 외국계 증권사들마저 연일 낙관적인 전망치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투자심리가 과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 상승의 최대 원동력이었던 유동성 확대가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등이 지나치게 빠른 자산가격 상승과 과잉유동성에 대해 잇따라 경고를 던지는 모습은 정부의 유동성 확대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의 `돈줄'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것도 유동성 장세의 지속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최근 2년간 주식형 펀드 유입자금의 대부분은 1,400포인트 이상에서 들어왔다가 손실을 본 자금이어서 지수가 1,400을 넘어서면 이들의 환매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낙관론의 주된 근거를 이뤘던 경기회복 및 기업이익 개선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수출기업 1분기 실적 개선의 주요인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IT, 자동차 등 시장 주도주의 실적이 2분기에도 빠르게 개선될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과 기업이익 개선의 모습을 `V'자형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U'자형 회복이 이뤄질 경우 지금의 증시 상승 속도는 지나치게 빠른 것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