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차이나 머니'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외국에 직접투자가 가능한 중국 내 '적격 국내기관투자가'(QDII) 자격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요 타깃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한국증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25%, 연중 저점 대비 37%나 상승하면서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증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익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과 하향 안정되고 있는 환율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중국의 투신사 3~4곳이 한국 주식시장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그동안 주로 외국계 증권사와 거래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며 "특히 과거 홍콩에서 글로벌 주식투자 경험을 쌓았던 펀드매니저들이 한국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넘쳐나면서 미국에 편중됐던 투자비중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없지는 않지만 올 하반기 한국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것을 대비해 한국 편입비중을 늘리려는 준비작업이 중국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시 당장 4000억원 이상의 중국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중국 투자자들은 자국 산업과 경쟁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 건설 기계 석유화학 업종의 대표주들을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차이나 머니' 유치작업도 활발하다. 삼성증권이 중국 상하이의 S운용사와 베이징에 있는 H사의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을 비롯해 우리투자 한화 굿모닝신한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이 현지 법인 및 사무소를 통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한국기업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유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에 사무소를 둔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3월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에서만 6개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한국기업을 소개했다"며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을 제외하면 한국기업들을 잘 모르던 중국 투자자들의 반응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에 파견된 또 다른 증권사 임원도 "현재 10여개 대형 증권사가 한국주식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서울 본사 임원들이 빈번하게 중국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