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1400 고지에 올라섰다. 종가 기준으로 14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0월2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경기지표가 속속 개선되고 있고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 코스피지수는 1400선 안착은 물론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대규모 매도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기관이 펀드 환매 등으로 앞으로도 계속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추가 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5일간 1조6700억원 매수

7일 코스피지수는 20포인트 넘게 오르는 강세로 출발했다가 오후에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 한때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로 7.63포인트(0.55%) 오른 1401.08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2300억원가량을 사들여 최근 5일간 모두 1조670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개인도 2500억원 가까이 매입해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투신은 3600억원가량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평가)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은행업종이 7.10% 급등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강하고 실물경기와 기업실적 등도 호전되고 있어 코스피지수는 1400선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전무는 "최근 반등장은 경기와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어떻든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수가 1400 위에선 매물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5월 이후 1년 기준으로 1400~1550선 구간의 매물 비중은 9.55%에 그치고 있다. 지수가 오래 머물렀던 1050~1200 구간이 30.36%로 두터웠고 1200대와 1300대가 16%씩을 차지했다. 1400선을 일단 넘어서면 매물벽이 약하다는 뜻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1400 이상의 지수대는 2006년에야 처음 나왔고 2007년 상반기 상승장에서 2000까지 곧장 올랐기 때문에 1400대에서 매물 부담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부담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7배로 이머징시장 평균치와 같고 선진시장 13.1배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반등했지만 기업의 예상 이익이 늘면서 PER가 아직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초 올 3분기께 1500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2분기에 1500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신권 연일 차익 실현

다만 기관이 지난달부터 줄기차게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 1400 안착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관은 지난달 4조2500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거래일 동안 1조3000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 중이다. 투신권은 이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LG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투신권은 지수 상승으로 펀드 환매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고 1400선에 대한 부담이 커져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본부장은 "지난 3월부터 따져 보면 지수가 40%나 반등했기 때문에 현재 경기지표를 감안하면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시각이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며 "1400 이상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인호 하나UBS운용 주식본부장도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이 1400까지 왔지만 이제는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그동안 급상승한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경기 회복 기대감,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된 불확실성 해소 등 추가 상승을 위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며 "속도 조절을 통해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가 약해질 수 있다"며 "1400 이상에서는 차익 실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