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은행업종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증시전문가의 판단이다.

4일 오전 9시28분 현재 기업은행은 전거래일 보다 2.74% 오른 86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환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3%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부산은행의 경우 5.26% 상승한 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또 금융지주사인 KB금융은 8% 이상 급등한 4만3200원을 기록중이며,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6~10% 가량 주가가 뛰고 있다.

은행업종의 이러한 강세는 정부가 추진중인 금산분리 완화, 즉 산업자본(재벌)에 대한 은행의 소유 허용과 관련된 법안인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은행법 개정안은 정부의 승인 없이 최대한 매입할 수 있는 지분취득 한도를 당초 4%에서 9%로 상향 조정하는 것과 PEF의 산업자본 분류 기준인 산업자본의 지분율을 10%에서 18%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은행의 지분 한도를 9%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은행의 산업자본 소유가 부분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가 없는 대부분의 은행(금융지주) 입장에서 볼 때 9% 지분율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지분이라는 것.

반면, 금융지주법의 부결로 은행지주회사는 9% 지분 소유가 당분간 힘들겠지만, 은행법이 통과됨에 따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6월 이후 임시국회에서 9% 지분 상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서 연구원은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또 "정부의 이번 결정은 주가 측면에서 볼 때 은행업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최대 취득한도가 9%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최대주주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적어도 주요 주주간 지분 경쟁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주에 대한 지분 매입 한도가 9%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수급적인 측면에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뮤추얼펀드, PEF 등이 주요 주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연구원은 "당분간 증권 중심의 비은행 지주를 통한 은행업 진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를 통한 은행업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은행지주의 지분한도가 풀릴 경우 산업자본은 지주 지분 인수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종목별로 볼 때 당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은행으로는 외환은행, 기업은행"이라며 "또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하나금융지주와 민영화를 추진중인 우리금융지주가 제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