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곳 중 1곳은 지난해 토지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평균 40%포인트 정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재평가 차액은 모두 14조원에 육박했다.

3일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52개사 중 지난해 토지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회사는 21.2%인 117개사에 달했다. 자산 재평가로 발생한 차액은 13조9916억원으로 해당 기업 전체 자산의 9.1%에 달했다. 재평가를 실시하면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자산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실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117개사의 자기자본은 평균 25.8% 늘어난 반면 부채는 3.1% 증가하는 데 그쳐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되는 부채비율은 평균 41.1%포인트 감소했다. 재평가가 이뤄진 자산은 해당 기업 모두 토지였다.

기업별 재평가 차액은 기아차가 1조285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네트웍스도 1조원을 넘었다. 효성 대한항공 대우차판매 두산중공업 동부제철 등도 7000억원을 웃돌았다. 재평가로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흥아해운으로 1565%였던 부채비율이 712%로 급감했다. 조비(615%포인트) 이건산업(432%포인트) 청호전자통신(394%포인트) 등도 재평가에 힘입어 부채비율을 대폭 축소했다.

이건산업은 올 들어 주가가 192% 급등해 재평가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 상위 10개사 중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송원산업(171%) 조비(115%) 코스모화학(84%) 등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

5대 그룹 계열사 중 삼성 LG 포스코 등에서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기업이 없었고 SK그룹(4개사)과 현대차그룹(1개사) 등에서 5개사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환율 급등에 따른 환손실로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자 당초 2011년 도입할 예정이던 국제회계기준(IFRS) 중 유형자산 재평가 부분을 작년 말부터 조기 적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