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뭉칫돈이 원자재 투자로 몰리고 있다. 최소 10억원 이상의 돈을 굴리고 있는 '큰 손'들이 최근 증권사 PB(Private Banking)를 찾아 원자재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자재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원자재 펀드 설정액 1100억원 웃돌아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6년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원자재 관련 파생 펀드상품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디티(Commodity)인덱스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4월24일 현재 1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말 설정액이 58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진 셈이다. 이 상품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원자재 관련 펀드로 알려져 있다.

이 펀드는 원유·브렌트유·무연휘발유·천연가스·난방유·연료유 등 에너지(energy)관련 6종목, 밀·옥수수·면화·콩·대두유·설탕·콩가루·돈육·귀리 등 농산물(agriculture) 20종목, 알루미늄·구리·금·아연·은 등 금속(metals) 10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상품을 판매중인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 6개월 전 30%를 넘어섰던 이 상품의 손실률은 3개월 전에 -5% 수준까지 회복한데 이어 한달 전인 3월들어서 6.6%의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투자비중 최대 20%까지 원자재에 투자

증시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크게 밑돌며 바닥을 찍은 시점인 지난 2월부터 원자재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큰 손'들의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7월 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육박하면서 '유가 200달러' 시대 전망까지 나왔던 것을 떠올리면 경기회복과 함께 유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제 화물의 물동량을 보여주는 발틱건화물지수(BDI)와 철강가격, 금값 등도 유가반등과 함께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반등의 낌새를 나타내자 원자재 관련 상품들이 유망한 투자처로 급부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이선훈 굿모닝신한증권 강남PB센터 팀장은 "요새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기에 접어들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 돈 많은 투자자들이 유가와 농작물 등 원자재 관련 상품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고객들의 요청으로 원자재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을 최대 20% 정도로 권유하고 있다"며 "투자권유가 가능한 고객들도 이러한 비중으로 원자재 관련 상품을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망 투자처 '원자재'…인플레이션 발생시 '고수익'

증시전문가들은 원자재 관련 상품이 유망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헤지 차원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락을 경험해봤듯이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효진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개월 만에 원자재 관련 펀드의 설정액이 두 배가 됐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어 원자재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원자재를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발생시 안정적인 투자처로 원자재 관련 상품을 꼽았다. 그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원자재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헤지하는 차원에서 원자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선훈 팀장은 "경기침체가 마무리되고 반등구간에 접어들었다고 가정할 때 현 시점에서 원자재 관련 상품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역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로 인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어 앞으로 구리, 니켈, 자동차용 철강 등의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원자재 펀드는 사실상 파생상품으로, 하루에도 변동폭이 10%에서 20%를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어 투자에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