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착시효과.고객예탁금 감소 등

국내 증시가 양호한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탄력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1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이른바 '착시효과'를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1분기에 '깜짝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실적의 절대적인 수준이 개선됐다기보다는 그동안 실적 전망치가 크게 낮춰진 탓에 실적이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7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국내 180여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분기당 적어도 13조원, 많게는 23조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5조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에는 8조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는 호전됐지만 본격적인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2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영업이익은 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08년 1분기 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올해 기업이익 전망치는 연초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됐다"며 "낮아진 시장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 1분기 실적 때문에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기지표는 급격한 경기하강이 멈췄지만,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확인될 때마다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외국인과 함께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개인 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악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거래대금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8%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과열 신호'로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충분치 않고 기관도 매도세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줄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고객예탁금 증가가 주춤하는 것도 개인의 매매 비중 감소를 예고하는 신호로 거론된다.

고객예탁금은 이달 1일 13조377억원에서 15일 16조472억원까지 늘어났으나 20일부터는 4거래일 연속 줄어들어 23일 15조984억원까지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의 꾸준한 순매수에도 장기 투자자금으로 분류되는 북미계 자금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여전히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누적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 압박도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24일 닷새 만에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오전 11시27분 현재 3.72포인트(0.27%) 내린 1,350.38을 기록하며 조정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