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1분기 '깜짝 실적'으로 어닝시즌의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에 증권사들의 호평이 쏟아진 LG전자를 비롯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요 IT주들이 줄줄이 뜀박질하며 횡보하던 코스피지수를 단숨에 1350선으로 끌어올렸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6개월여 만에 700조원대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24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올 경우 추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도 적자폭 축소 전망

코스피지수는 22일 19.21포인트(1.44%) 상승한 1356.02로 거래를 마쳤다. 투신권과 연기금 등 기관의 매도 공세와 4512억원에 달한 프로그램 매물에도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에 힘입어 사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704조1110억원으로 늘어나 지난해 10월2일(721조원) 이후 6개월여 만에 700조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시총 비중이 큰 IT주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60만9000원으로 3% 넘게 올라 지난 10일(60만3000원)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실제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 역시 1분기 영업적자가 4230억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5000억~6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에 힘입어 1만6650원으로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국내외 증권사들의 긍정적 평가 속에 11만원대에 진입했다. 이로써 이 회사의 시총은 16조원에 육박해 시총 4위인 현대중공업과의 격차를 3000억원 이내로 좁혔다.

씨티그룹은 종전 11만원이던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3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메릴린치도 '매수' 의견과 함께 11만95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돈 데다 TV와 가전,휴대폰 부문에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실적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가 3만3500원으로 4.36% 올랐고 삼성전기(2.67%) 삼성SDI(4.03%) 삼성테크윈(3.71%) 등 주요 IT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IT주들의 실적이 환율 효과로 예상보다 좋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장세 기대 커져

1분기 실적 시즌이 대형 IT주들의 선전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자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75개사 중 각 증권사가 사전에 추정치를 내놓은 곳은 41개사로,이 가운데 약 70%인 28개사의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웃돌거나 예상 수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1분기 실적 시즌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추정치 이상의 실적이 속속 나오고 있는 점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유동성의 힘으로 개별 종목이 강세를 보인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실적 장세가 본격화될 경우 대형주가 전면에 나서면서 지수는 1400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종목장세에서 시장 평균 이상으로 급등했던 중 · 소형주들은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달 들어 외국인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는 대형 우량주에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조정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의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지만 절대 규모로는 아직 부진한 상황이며 올해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2분기 이후에도 추세적으로 이익이 늘어날 업종과 종목으로 관심주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