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피아, 인도 루피, 필리핀 페소 등 아시아 신흥국가의 통화가 ‘캐리 트레이드’의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싼 값에 빌린 자금으로 이들 신흥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의 분석자료를 인용,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자금이 이들 신흥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주 요인은 금리차. 미국과 일본의 금리는 현재 거의 ‘0(제로)’ 수준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연 7.5%, 인도와 필리핀은 각각 4.75%와 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를 빌려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표시된 자산에 투자할 경우 앉아서 상당한 금리차를 따먹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들 신흥국의 통화가 최근 들어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올 연말까지 달러대비 1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필리핀 페소도 올 한 해 동안 7% 이상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고금리와 함께 개혁 노선의 유도요노 대통령이 오는 7월 대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 캐리 트레이더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신흥국 통화는 선진국 통화에 비해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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