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시장을 앞장서 이끌었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실적 부진 단계를 넘어 경영권이 넘어가거나 상장폐지 되는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그룹웨어 전문기업 핸디소프트는 21일 비상장기업 오리엔탈리소스에 매각됐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안영경 회장이 보유지분 718만주(29.9%)와 경영권을 120억원에 넘긴 것이다. 안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회사가 적자에 몰리자 지난해 4월 이사회 의장과 회장으로 전격 복귀했지만 1년 만에 지분을 정리하게 됐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주식을 인수한 곳이 컴퓨터 도매업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며 "우회상장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룹웨어 시장에서 정부 · 공공부문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인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위치기반서비스(LBS) 전문업체 포인트아이는 비상장사 에이록스와 지난 6일 합병을 마무리했다. 아이서치 텔레매틱스 등 LBS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업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했다.

퇴출 결정이 내려진 곳도 나오고 있다. 무선인터넷솔루션 개발사 엑스씨이는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지난 16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또 LBS 전문기업 엑스로드와 신지소프트는 자구 노력으로 마련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한 제품에만 '올인'한 탓에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구조의 편중이 심할 경우 제품 수명이 다하거나 시장이 바뀌면 상장 프리미엄만 껍데기로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토양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인터넷 · 소프트웨어 팀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건설업과 비슷해 수익구조가 취약한 탓에 대기업이나 관공서를 대상으로 하는 안철수연구소 더존디지털 등 몇몇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과거 큰 섹터였지만 이제 스몰캡에서 가끔씩 쳐다보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