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 '미국판 미네르바'가 등장했다. 한 블로거가 정부의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입수했다며 16개 은행이 기술적 파산상태라는 주장을 블로그에 실은 것.

터너 라디오 네트워크(http://turnerradionetwork.blogspot.com)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블로거 홀 터너는 19일(현지시간) "19개 미국 대형은행에 대한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입수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왔다"는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그대로 담았다.

이에 미국 재무부가 나서 이 블로거의 주장에 맞서며 해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홀 터너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심각하다"며 "19개 은행 중에 16개는 이미 기술적으로 파산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이들 16개 은행 중 어느 한곳도 추가적인 현금흐름의 악화나 부실채권 증가를 감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중 2개 은행이 파산한다고만 해도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험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5대 은행의 자본구성은 몹시 위험하고, 이들이 사업지속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파생상품 부담비용은 BOA가 부담할 수 있는 리스크기준 자기자본(RBC)의 179%를 넘어서고 있으며, 씨티그룹은 278%, JP모간체이스는 382%, HSBC아메리카는 55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할 지 여부를 놓고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말과 함께 "이는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언론매체에서도 보도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곧바로 월가에 큰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미국 재무부가 나섰고, 사태를 공식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앤드류 윌리암스 재무부 대변인은 20일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아직까지 미국 대형은행에 대한 어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미국을 술렁이게 만들고 있는 홀 터너의 주장은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20일 BOA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주들이 금융권 부실자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크게 하락한 것.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회계기준 완화에 따른 일시적인 눈속임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블로거의 글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홀 터너는 뉴저지에 살고 있으며 흑인과 유태인, 이민자들에 대해 극렬한 반대론을 펴고 있는 우파 성향의 블로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인터넷 사이트와 인터넷 라디오 쇼를 운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홀 터너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그는 어디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입수했는 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5월 4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