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선마이크로 합병 긍정 효과
"비용절감 위한 자기방어적 거래 불과"


인수.합병이 증시를 황소장(bull market)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자금난으로 인해 제한적 인수.합병만 성사되고 있고,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부분적이긴 하지만,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거래에서 희망의 조짐을 찾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21일 분석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오라클이 20일 컴퓨터 서버 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선마이크로의 주가는 무려 37% 급등했다.

선마이크로는 최근 IBM이 제안한 7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뒤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다가 74억달러를 제시한 오라클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또 IBM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넷애프도 1.3% 올랐다.

선마이크로와 넷애프 두 회사는 이날 급락한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에 속한 정보.기술 주 가운데 상승으로 마감한 몇 안되는 주식들이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잭 애블린 수석 투자분석관은 "최근의 인수 합병 논의는 자기 방어적 측면에 기인한 것이 크다"면서 "그러나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켓워치에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보건관련 기업이나 IT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존슨 일링턴의 휴 존슨 회장은 "이번 인수합병이 황소장을 만들기 위한 수준까지는 주가 상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A는 현 증시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요소"라면서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는 회사들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 풍족한 현금을 가지고 있고 가격이 매력적인 데도 불구하고 인수합병을 꺼린다"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클라인톱 수석 마켓 스트레티지스트는 "인수 합병의 재원 마련을 위해 현금을 풀겠다는 의지는 인수자들이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고, 대공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논의 밖에 있다'는 부분적 확신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밀러 타박의 댄 그린하우스 애널리스트는 "인수 합병이 고무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지난 2년간의 사례에 비쳐볼 때 위험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기업들이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추세이고, 인수합병의 실패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낙관적 관측은 금물이라는 것.
힌즈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폴 놀트 투자국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합병거래가 발표될 수 있지만, 경제의 기반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인수.합병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욱이 최소한 올해는 그렇게 많은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초 합병된 건설회사인 풀트 홈스와 센텍스의 예에서 보듯 최근 인수.합병은 비용절감의 측면에서 생존을 위한 합병이었다며, `자기방어적 거래'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