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수 여력이 부족한 기관투자가들이 팔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주식을 연일 사들이면서 '주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 '팔고' 외인 '사고'주가 상승 국면 진입(?)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6일부터 전주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3조4317억원 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이날도 4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동안 2조1789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날도 1500억원 가량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주식을 팔고 있는 이유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주식비중을 한없이 늘릴 수 없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해 펀드내에서 주식비중이 증가할 경우 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조절할 수 밖에 없고 펀드환매에 대비한 자금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당분간 기관의 매도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볼 때 주가 급락 이후 상승하는 초기 국면에서 기관의 매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지난 1998년, 2001년, 2003년 바닥권에서의 주가 반등 당시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행태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당시 바닥권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대부분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가에 후행하는 펀드 자금의 특성상 주가 반등이 한참 진행된 이후에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기관의 매도보다는 외국인의 매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인, 국내 대표 우량주 매수중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걸까.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지난해말 금융위기 당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로 국내 주식을 크게 처분했다"며 "그동안 한국 주식의 포트폴리오내 비중을 지나치게 낮췄기 때문에 최근에 사면서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대형주 주워 담기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 서 삼성전자를 1125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환율 효과와 미국의 IT 재고소진에 따른 효과로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국인은 신한지주와 KB금융도 514억원 어치와 24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국내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완화되는 모습이다.

이외에 현대중공업을 284억원 어치 사들였고 한국전력(241억원), SK텔레콤(237억원), OCI(181억원), 신세계(170억원), 삼성물산(158억원), 포스코(156억원), KT&G(155억원), KT(147억원), 현대차(120억원), NHN(114억원), 두산중공업(111억원), 엔씨소프트(109억원) 등도 많이 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