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이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큰손'들이 코스닥 테마주 위주로 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코스피 우량주 중심으로 다시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코스닥시장이 508.68로 단기고점을 찍은 지난 14일 직전 1주일 동안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상당수 갈아탔다는 게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의 설명이다. 반면 수백만원대의 소액을 투자하는 샐러리맨들은 "수익률이 투자원금 대비 100%는 넘어야 직성이 풀린다"며 코스닥시장에서 좀처럼 발을 빼지 않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코스닥 테마주에서 코스피 우량주로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개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38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각각 1558억원과 526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 달 순매수 규모는 올해 월별 순매수 규모 가운데서도 최대치다. 개인들은 코스닥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지난 15일 이후에도 순매수 규모를 △798억원(15일) △889억원(16일) △990억원(17일) 등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로 샐러리맨 등 '개미'들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은 "작년 하반기나 올 상반기에 시장에 들어와 100%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린 개미들,특히 샐러리맨들이 대형 우량주나 펀드 투자에는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의 움직임은 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코스닥시장이 조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코스피 대형 우량주로 갈아타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정아 한국증권 마포지점장은 "노후 대비용으로 수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는 이 일대 아파트주민 고객들의 경우 코스닥시장이 조정을 받자마자 발빠르게 코스피 대형주로 갈아타고 있다"며 "2~3주 전만 하더라도 코스피와 코스닥 투자 비중이 5 대 5 정도였는데,지난주에는 8 대 2 정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만규 신영증권 영등포지점장은 "코스닥시장 조정에 대한 지점 주변 직장인들과 강남에서 거래하는 '큰손'고객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며 "직장인 고객 가운데는 '10~20% 수익으로는 만족 못하겠다'며 미련을 갖는 사람이 많고 수억원 이상을 굴리는 강남 고객들은 조정을 받기 직전에 코스피 대형주로 갈아탔다"고 설명했다.

큰손 투자자들은 2007년 4분기부터 2008년 3분기까지 투자원금 대비 50~80%의 손실을 봤던 경험탓에 시장이 조금만 조정을 받아도 화들짝 놀란다는 게 증권사 지점장들의 설명이다.

◆개미들은 "일시적 조정"

고액자산가들과 달리 개미들은 이번 조정을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김진여 우리투자증권 신사WMC 부장은 "최근 3거래일 동안 있었던 조정을 소액투자 고객들은 '일시적인 숨고르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권 대우증권 명동지점장은 "지역적 특성상 샐러리맨 고객 비중이 높은데,공모주 투자 수요가 많은 게 특징"이라며 "'새내기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니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미들의 이 같은 공격적 투자성향에 대해서는 "조금 진정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 많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의 하락세가 길어질 수 있다"며 "최근 장세는 박스권 트렌드로 볼 수 있는데 박스권 상단에 오른 지수가 하락세에 직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문혜정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