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 급등세를 이용해 연일 '팔자'에 나서던 기관이 9거래일만에 '사자'로 돌아서면서 16일 주식시장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69포인트(2.00%) 오른 1359.78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137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관은 1331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560억원 가량 유입되고 있지만 투신권이 978억원 어치 순매수하면서 8일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도 1378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기관이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종목들의 주가수준이 높아졌는데 이런 주가가 실적으로 확인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면서 그러 나 "최근 굵직한 기업들은 아니지만 작은 기업들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이 고무적이어서 실적으로 증명되다보니까 기관이 매수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기업들의 실적으로 미루어봤을때 전방산업 성격의 대기업들도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휴켐스의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컨센서스 156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대한제강도 전날 지난 1분기 매출액 1573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평균 예상치(컨센서스)를 32% 가량 웃도는 수치다.

신 연구원은 "최근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적자를 컨센서스인 3000억원보다 훨씬 적은 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고, 실제로 휴대폰 시장 점유율 등을 보면 실적 개선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살아남으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매수세가 지속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관은 최근 8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연초 이후 2조4000억원 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 95%를 넘어선 상태다. 국내 증시의 반등세 연장으로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기관의 매수여력이 약화된 것.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기관이 최근 팔아놓은 것도 있고 수익률을 올려야하는 상황이어서 오늘 주식을 사는 것 같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어서 계속해서 기관이 주도해 나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과거 금리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진행됐다"며 "한국은행의 추가적 금리인하가 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3월 이후 지수 반등과 함께 고객예탁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과거 경험상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후행성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기관의 매수 여력이 보강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기관이 매도한 업종 내에서도 매수가 집중되는 종목인 세아베스틸, 현대해상, 태영건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중공업, 현대모비스, 풍산을 관심주로 꼽았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