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일 금융투자협회는 15일 기준 고객예탁금이 16조4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다가섰던 2007년 7월 18일 예탁금 최고기록 15조7694억원을 갈아치운 것이다.

고객예탁금은 올해초 만해도 9조원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달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객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은 매도대금이다. 보통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주식 매입을 위한 대기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는 또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의 경우 15일 현재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용융자는 2008년 10월말 최저치인 1조1000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 또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15일 현재 3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박병주 금융투자협회 증권서비스본부 본부장은 "최근 주식시장 회복 등에 따라 투자자예탁금, 신용융자잔고, 활동계좌 등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또 "단기 대기성자금 성격이 있는 CMA잔고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어 경기회복 기대감 확산시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고객 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증시에서 개인 비중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개인의 성격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1300선을 넘어가면서 펀드 손실폭을 어느 정도 줄인 일부 개인들이 환매하고 주식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1500선에서 펀드 유입 규모가 가장 많았다고 가정할 경우 현 시점은 펀드에서 대략 10%의 손실을 입은 셈인데, 최근 종목 장세에서 이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심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증시 상승으로 신규상장과 공모주 시장이 활발해 진 점도 고객예탁금이 늘어난 이유로 지목했다.

황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도 5% 정도의 수익밖에 안나고 은행예금도 4% 수준으로 급락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의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정시 진입할 기회를 모색하려고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선엽 연구원은 "펀드 환매자금이 예탁금 증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 "펀드 투자 급증기였던 2006~2007년 자금 성격은 순수한 개인 위주였는데, 이들이 직접 투자로 뛰어든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유동자금의 머니무브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 유동자금은 부동산보다는 가격이 많이 빠진 주식쪽에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하나/문정현/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