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연일 12조원을 웃도는 등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14일 코스닥시장 거래량은 10억주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거래대금도 8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하락을 딛고 4.37포인트(0.33%) 오른 1342.63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속속 증시에 가세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지속되면서 단기 급등을 우려하는 경계 매물을 장중에 거뜬히 소화해내 추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 신호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지만 '유동성의 힘'에 의한 시장 흐름이 전개되고 있어 상승장이 어디까지 지속될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객예탁금 사상 최대치 육박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 증시 조정과 사흘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장 초반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현 ·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물까지 가세하면서 지수는 1320대 초반으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의 힘은 대단했다. 이날 3390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매물을 거뜬히 받아내며 장을 상승세로 돌려놨다. 고객예탁금은 전날 기준 15조6524억원으로 2007년 7월18일(15조7694억원)의 사상 최대치에 육박했다.

개인은 이를 바탕으로 232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장을 반등시켰고 한때 110억원 넘게 내다팔던 외국인들도 이에 자극받아 '사자'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철강금속 운수장비 화학업종을 중심으로 132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날 두 시장의 거래대금 합계는 12조213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정보기술(IT) 버블이 있던 2001년 2월16일(4조27억원) 이후 8년2개월 만의 최대였고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양 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 9일과 10일에도 12조원대를 넘었다. 증시가 활황이던 2007년 10월16일(13조156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장중 코스피지수가 2085.4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 11월1일(10조7689억원)보다 더 많았다. 현재 지수가 당시보다 약 740포인트나 낮은데도 거래대금이 더 많은 것은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시장에서 활발하게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개미들의 'U턴'으로 북적이는 증권가

개인들이 직접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산했던 증권사 지점들도 북적대고 있다. 공모주나 대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만 찾던 투자자들이 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종우 우리투자증권 방배동 WMC센터장은 "자발적으로 2억~3억원을 들고 주식 계좌를 만드는 고객이 생겨나는 등 좀처럼 볼 수 없던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기권 대우증권 명동지점장은 "펀드를 환매해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직접투자로 쏠리는 조짐"이라며 "대부분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있고 한켠에선 주가가 오르자 과거에 손해본 종목을 일단 정리하고 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 매매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비중은 72.24%로 2006년 1월3일 이후 최대였고 코스닥시장은 이미 90%를 훨씬 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연일 주식 거래대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키움증권의 하루 거래대금은 이달 2일 2조8360억원으로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15일에는 3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하루에 1500계좌가 새로 개설될 정도로 개미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의 매수 여력이 약한 상황에서 개인이 외국인과 함께 유동성 장세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과열에도 유동성장세 지속 전망

시장에 단기 과열 신호가 속속 포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조정을 말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과열 신호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유동성의 힘이 워낙 강한 데다 기업 이익 추정치도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어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장세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른다"며 "과열로 들어서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