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0일 1336까지 상승, 시장에서 1차 목표치로 간주되는 1350선에 바짝 다가섰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살아나면서 개인들의 신규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데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도 여전해 유동성의 힘으로 매물이 비교적 많은 1400선을 돌파할지가 초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지표상으로 과열 신호가 나타나 단기 조정의 가능성도 높아져 앞으로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추세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고객예탁금 1년8개월 만에 15조원대로

이날 지수는 19.69포인트(1.50%) 상승한 1336.04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로그램 순매도액이 2300억원을 넘기며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외국인이 4000억원 이상,개인이 800억원 가까이 동반 순매수하며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특히 개인은 최근 4일간 8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전날 기준 15조483억원으로 2007년 7월30일 이후 처음으로 15조원대에 올라섰다. 지난 2월 말 10조원대에 머물렀던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말 12조9000억원대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6거래일 만에 2조원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강한 반등 장세가 지속되자 시중 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효과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하위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금리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의 스프레드는 이날 8.06%포인트로 한 달 전에 비해 0.4%포인트 줄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상위 등급인 'AA-'급에 이어 하위 등급으로도 신용 스프레드 축소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터줘 유동성 우려를 완화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유입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지수의 상승폭도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지수가 2085였던 2007년 11월1일 고점에서 지난해 10월 말 최저점까지의 낙폭을 38%가량 회복한 1350선이 1차 목표치인데 벌써 지수가 이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며 "다음 목표치는 1400선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고 지수를 끌어올려 다시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지난해 9월 말 급락장세 직전인 1500선까지 상승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1400대를 넘어선다면 유동성의 힘으로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인 1500선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과열 신호 경계해야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 중 개인 비중은 이날 70.18%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11월20일(70.19%) 이후 최고치다. 실제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달까지 5조원대에서 이달 들어 7조~9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하루 거래대금도 1조원대에서 3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1400선 안팎에선 매물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고점인 5월19일 이후 매물대를 보면 1300~1400선 물량은 전체의 7%에 못 미치지만 1400~1500선 비중은 11%대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300 이하 구간에서 진입한 자금이 62%에 달해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반등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일부 지표에서는 과열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오른 종목 수를 내린 종목 수로 나눈 값인 주가등락비율(ADR) 20일 평균값은 최근 한 달 새 80에서 166으로 배 이상 높아졌다. 100보다 크면 지수가 20일선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130 이상일 때는 과열 국면으로 간주된다. 최근 2주간 주가가 오른 날의 비율을 표시하는 투자심리선도 이날 현재 80을 기록해 단기 과열 기준인 70을 넘어섰다. 또 거래대금을 고객예탁금으로 나눠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고객예탁금 회전율은 지난 9일 80.4%까지 치솟아 과열권으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유동성 외에 기업 이익 증가와 같은 펀더멘털 측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으므로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정인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