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불법을 저질렀나요? 법이 바뀌면서 범법자가 된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함유 탈크를 원료로 한 의약품(120개사 1122개 품목)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리자 중소제약업체들이 10일 "우리도 피해자"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은 해당품목이 몇개 없었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20개 품목에서 많게는 58개 품목까지 포함돼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청은 해당 업체들이 새로운 탈크 원료를 사용해 대체 제품을 생산하면 재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형제약사들은 대부분 식약청의 명령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표적인 제품이나 무더기로 명령을 받은 중소형 제약사들은 후속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대형제약사, "식약청 따르겠다" VS 중소형사, "당혹스럽다. 회수비용 어쩌나"

동아제약 관계자는 "자체 검사에서는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우선 식약청의 조치대로 회수명령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자체 생산제품이 아닌 외주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는 제품에서 검출됐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탈크 원료를 교체해 즉각 재생산에 돌입하겠다"고 전했다. 재생산까지 소요기간은 약 10일 정도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발표와 동시에 억울함을 호소했던 동국제약은 10일 대부분의 일간신문 1면 하단에 광고를 실었다. '인사돌에는 석면함유 탈크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에서 동국제약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 문제의 탈크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923억원, 영업이익이 145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중 절반가량은 인사돌, 마데카솔, 오라메디 등 일반의약품이다. 따라서 인사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양약품 역시 마찬가지. 아진탈 노루모산 등 대표적인 제품이 포함된 일양약품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약제에 대한 허가를 내준 곳도 식약청"이라며 "이번 판매금지로 예상되는 피해액만도 적지 않다"며 '피해액'이라고 강조했다. 판매금지로 매출에 타격은 입는 것은 물론, 회수비용까지 감당한다면 피해는 더 불어난다는 주장이다.

무려 57개의 품목에 대해 회수명령이 내려진 휴온스도 비상이다. 휴온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총 56개 품목 중 수출용 제품 23품목이며 이미 생산이 중단된 13개품목, 내수 생산품목 19품목, 허가 취득을 위해 생산 후 반제품 상태 1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제외하면 수출용 제품이 절반이상 포함됐다.

중소 제약업체들은 이번 발표로 문제없는 제품도 소비자에게 오해를 받는 것을 우려하는 동시에 회사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조치받은 제약사 주가 약세…일부업체들 '덩달아 약세'에 고민

이날 오전 9시4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일양약품(-6.09%), 삼성제약(-3.45%), 한미약품(-2.81%) 등이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안국약품(-5.01%), 삼천당제약(-2.99%), 바이넥스(-1.64%), 스카이뉴팜(-1.30%), 한서제약(-1.30%) 등 이번 회수명령에 포함된 업체들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동국제약은 적극적인 해명탓인지 전날보다 750원(4.79%) 상승한 1만6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0.82%의 약세로 장을 마친 대원제약은 가슴을 쓸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식약청의 회수명령에 포함된 품목은 없었지만, 전날 주가가 약세를 보여서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이날 장초반에는 약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반등에 성공했다.같은시간 전날대비 240원(4.94%) 상승한 5100원을 기록해 상승장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김태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으로 제약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겠지만, 상위 제약사의 매출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동아제약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약 0.03%에 불과하며 한미약품은 0.15% 수준이고 SK케미칼, 중외제약, 일동제약 역시 전체 매출액의 0.5%를 밑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중소형 제약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저가의 탈크에서 질 좋은 고가로 대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가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수익성이 다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