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291억원 어치를 팔아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단기 급등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의 고객예탁금은 14조원을 웃돌고 있지만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외국인 매수세가 소강상태를 보일 경우 수급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매도 타깃으로 삼았다. 삼성전자 '팔자'가 1400억원을 넘어 전체 순매도 규모의 절반을 웃돌았다. 이 같은 매도공세로 삼성전자 주가는 4.62% 급락했다. 외국인은 하이닉스 KB금융 SK텔레콤 등도 순매도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바이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최근 단기급등으로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주요 정보기술(IT)주와 삼성증권 대우증권을 비롯한 증권주 등은 이미 지난해 8월 코스피지수 1500선 때의 주가를 넘어섰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에다 원화 강세까지 감안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최근 반등장에서 수익률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전날 대만에서도 외국인은 2억달러 이상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투신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매수강도를 낮추면 수급 사정에 부담이 생겨 증시가 보합권에서 '숨고르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객예탁금이 2007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인 14조원대까지 늘어난 만큼 개인들의 추가 매수가 예상돼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선엽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도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외국인은 당분간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