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들이 지난해 기업회계기준 변경으로 원화가 아닌 달러를 기준으로 회계장부를 작성한 데 따라 환차손을 대폭 줄여 순이익이 최대 1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년 만에 허용된 자산재평가를 통해 273개 상장사들이 13조원 이상의 재평가차액이 생겨 부채비율을 평균 50%포인트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기능통화제 도입을 허용함에 따라 주된 거래 통화인 달러로 재무제표를 작성,이를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9284억원이나 증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실제 이 회사의 순이익은 6769억원으로 전년보다 281.8% 급증했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환차손으로 오히려 2515억원의 적자를 봤을 것이란 얘기다. 이 회사 매출은 8조30억원으로 전년보다 57.2%,영업이익은 5866억원으로 86.7% 증가했으나 원 · 달러 환율 급등으로 막대한 환차손이 우려됐었다.

현대상선은 또 이 같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차대조표상 기능통화표시이익이 6955억원이나 발생해 자본총계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부채비율이 189.8%로 61.0%포인트 낮아졌다.

한진해운도 기능통화제 도입으로 지난해 6000억원가량의 외화환산손실이 사라진 덕분에 320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기능통화표시이익도 9289억원이나 생겨 부채비율이 155.9%로 63.0%포인트 떨어졌다.

이 밖에 STX팬오션 선우에스티 등 다른 해운사들도 이 제도로 이익이 늘며 재무구조가 건실해졌다.

금융위는 원 · 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기능통화제를 조기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자산재평가도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273개 상장사들은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통해 13조4604억원의 재평가차액을 거뒀다.

이에 따라 대차대조표상 자본총계가 불어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36.01%로 재평가 전보다 8.06%포인트 높아졌으며 부채비율은 평균 177.71%로 51.26%포인트 낮아졌다.

기업별 자산재평가 차익은 기아차가 1조5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진중공업(9535억원) SK네트웍스(8765억원) 효성(6766억원) 대우차판매(6019억원) 등의 순이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