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떠도는 '증권사 X파일'의 최초 작성자를 두고 증권업계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만큼 각 증권사별 특징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낸 이 파일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다. 증권맨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이 X파일은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특징을 촌철살인(寸鐵殺人)격으로 거침없이 표현했다.

이 X파일이 지목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이 X파일을 만들어 배포한 작성자가 누군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X파일에 등장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가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부터 회사에 불만을 품고 퇴사한 증권맨, 각 증권사 지점 영업맨들, 증권업계 출입기자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첫 해인 올해 증권사들의 경쟁심리가 불러온 씁쓸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추측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이 때문에 이 X파일은 더욱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여의도에 떠돌았던 소문을 정리한 일명 '찌라시'와 비교해도 이번 X파일은 증권맨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략과 전술이 가장 뛰어나다!"

○…이 X파일로부터 "주인이 없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며 "전략과 전술도 없으면서 대형증권사로서 무게감만 크다"는 평가를 받은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파일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으며, 우리투자증권처럼 전략과 전술이 확실한 곳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트레이딩 등 확실한 3개의 축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데 회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비난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파일 내용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파일 내용중에서 사실은 하나도 없다"며 "누가 작성했는 지 밝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상황을 모르고 쓴 것 같다!

○…과거 그룹 이미지때문인지 "어딘지 모르지만 그냥 앞으로 간다"는 평가를 받은 현대증권은 "일단 재미있게 봤다"며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불도저처럼 남이 가는 데로 가면된다는 식의 기업문화를 꼬집은 내용에 대해서는 "증권사의 특징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쓴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성자 만나 회사 발전사 설명해주고 싶다!

○…동양종금증권은 "종금업무의 특화로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주목을 받으며 혼자 잘 난 체 하고 있지만, 이제 갈 곳이 없다"는 지적을 X파일로부터 받았다. 2011년 이후가 문제라는 나름대로 분석도 덧붙였다. 동양종금증권은 이에 대해 "종급업무로 회사가 성장한 게 아니다"라며 "작성자를 직접 만나서 회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 설명해주고 싶다"면서 "근거없이 작성된 이 파일을 증권사 고객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투 차별에 노조가 가만히 있겠느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평가는 "포장을 잘한다"였다. 동원그룹이 옛 한국투자신탁을 흡수, 1인 통제 회사로 옛 한투출신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합병 초기도 아니고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운용사에 한투 출신의 사장이 선임되는 등 인사에서 한투 출신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는 없으며, 한투 출신이 차별받을 경우 노조에서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보스의 영향력이 커 미래가 불안하다? 신경 안쓴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평가는 "선택과 집중을 잘 하지만 보스의 영향력이 커 미래가 늘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런 평가들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외부에서 보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있을 수 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약삭빠르다? 삼성그룹 이미지가 반영됐을 뿐!

○…삼성증권은 X파일이 재미있었고, 웃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의 수준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의 이미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여 특별히 불쾌한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X파일은 삼성증권에 대해 "경쟁사의 똑똑한 인력을 대부분 끌어다 쓰는 등 인재를 망설임없이 낚아챈다"며 "약삭빠르다"라고 지적했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완벽한 증권사!?

○…10대 증권사(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 X파일에 등장하지 않은 증권사가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그 주인공. 굿모닝신한증권은 오히려 "재미있게 잘 봤다"며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완벽하게 잘 굴러가는 증권사이기 때문에 X파일에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안심해 하면서도 "다른 증권사들의 평가를 보고 마음은 사실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