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1300선 탈환을 눈앞에 둔 코스피지수는 이번 주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후 3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데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로켓 발사가 지정학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조정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상승세를 탄 주가 움직임을 하락세로 완전히 돌려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은 외국인투자자들도 북한 변수에는 내성이 강해져 이번에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한국 비중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다우지수의 8000선 회복 등 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국내 증시의 유동성 확대 등 전반적인 증시 환경도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주가 상승세 일단 '감속' 전망

북한의 로켓 발사로 국내 증시의 상승 속도는 일단 조절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높아진 데다 북한과 한 · 미 · 일 간 긴장감이 고조되며 국내 증시가 한 차례 출렁일 수 있다"며 "최근 사흘간 1조5000억원 넘게 판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로켓 발사는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린 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300포인트 이상 오르며 숨가쁘게 달려온 마당에 이번 사태가 조정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북한 관련 사건이 발생한 후 주가 흐름을 봐도 영향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5일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 후 9차례에 걸친 북한 관련 사건 이후 주가 흐름은 사건 발생 당일엔 2%이상 하락하는 등 출렁였으나 1주일간 5% 이상 하락한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때도 북한 관련 사건이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때는 2001년 4분기 주가 급등에 따라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추세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으며 그 해 12월 북한 핵 연료봉 개봉 때도 1주일간 5.11% 내리긴 했지만 경기침체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사건 발생 한 달 후에는 10% 이상 하락한 사례가 1번에 불과한 반면 6번은 오히려 올랐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한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부각이 증시에 영향을 준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로켓 발사가 상승 추세를 돌려 놓을 정도는 아니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로켓 발사가 오랜 기간 예고되어 왔고 미 · 일 양국도 군사적 대응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최소 6개월 이내에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을 높일 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CS) 전무도 "북한 관련 사건은 과거 여러차례 있었던 데다 이례적으로 북한이 4월 초 발사를 예고해 시장에 상당부분 인지된 상태여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숀 코크란 CLSA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소한 로켓 발사 자체에 대해선 불안해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대응이 강경할 경우 주가 하락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증시와 정치 · 외교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무는 "외국인에게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학습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주식 비중을 줄여 놓은 외국인은 이번 사태로 인해 주가가 빠질 경우 저가에 주식을 사들이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주변 여건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지난 주말 미 다우지수가 경제지표 악화를 딛고 두 달여 만에 8000선을 회복하는 등 글로벌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고객예탁금을 비롯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무는 "시장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걸 제외하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미국의 금융안정대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2분기나 3분기를 지나면서 지표로 확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증시를 움직이는 건 경제 펀더멘털"이라며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