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원 · 달러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순이익이 크게 부진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은 키코(KIKO) 피해까지 겹쳐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스닥 적자전환 기업은 175개사로 전년보다 35곳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적자전환 기업도 96곳으로 전년(32곳)의 3배 수준으로 급증해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가증권시장

5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한 2008년 실적분석에 따르면 철강금속(67.66%) 화학(42.52%) 운송장비(40.14%) 업종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을 거둬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전자(-34.75%) 건설(-7.73%) 통신(-7.14%) 등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금융업종은 충당금 부담 증가와 지분법 이익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36.17%)과 순이익(-40.22%)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KPX화인케미칼의 순이익은 177억원으로 99.56%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7년에 비해 30% 안팎으로 늘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키코 등 파생상품 거래로 714억원의 큰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청호컴넷은 엔화가치 급등으로 환손실을 봐 순이익 규모가 98.41% 쪼그라들었다. 삼양제넥스(-97.27%) 세이브존(-93.23%) 선진(-92.39%) 신세계건설(-92.07%) 등의 순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적자전환 기업이 급증한 가운데 하이닉스의 적자 규모가 4조7196억원으로 가장 컸다. 한국전력(-2조9524억원) 대한항공(-1조9424억원) 아시아나항공(-227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적 악화 속에 선전한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발포제 제조회사 금양은 2007년 25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으나 작년에는 1만2765% 증가한 3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성문전자의 순이익도 1만942% 증가한 30억원을 기록했으며 신한(4959%) 하이트론씨스템즈(2222%) 콤텍시스템 (1206%) 코오롱(772%)의 순이익 증가율도 높았다.

영업이익 증가율에서는 금강공업(6845%) 세아제강(1964%) 종근당바이오(1872%) 순이었으며,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영업이익률에서는 강원랜드(40.96%)가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KT&G(36.80%) 유앤젤(32.78%) 동양제철(27.95%) 등도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그룹의 순이익은 증가한 반면 삼성 SK LG 등 나머지 7개 그룹은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코스닥 상장사 878곳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3조7571억원,3조6438억원으로 각각 18.38%와 22.30% 증가했다. 하지만 키코 피해가 커 2007년 1조315억원의 흑자에서 1조8029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풍력 태양광 등 녹색성장주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스닥 '풍력 대장주'인 태웅은 작년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60.9% 증가한 1002억원을 기록,코스닥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현진소재와 평산도 각각 175%,36% 증가한 801억원,6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단조주인 태광성광벤드는 각각 영업이익 986억원,840억원을 기록하며 태웅을 바짝 뒤쫓았다.

코스닥 순이익 1위는 동서로, 901억원을 벌어들였다. 태광(822억원) 태웅(743억원) 성광벤드(657억원) 아트라스BX(623억원) GS홈쇼핑(555억원) 등의 순으로 순이익 규모가 컸다.

작년 반도체경기 악화로 정보기술(IT) 부품주들이 유난히 부진했지만 LCD장비 제조업체 아바코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반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한 해 전 1400만원이던 아바코의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급증했고 순이익도 1억6100만원에서 69억4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게임하이(49.2%)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슈프리마(44.8%) 더존디지털(44.7%) 메디톡스(42.9%) SNH(42.8%) 등의 순이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대선조선 등은 지난해 각각 988억원,93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정인설/조진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