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등과 함께 증시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려는 상장사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자금조달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기업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서두르고 있어 관심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나흘째 오르며 1300선 부근까지 치솟자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으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이날 코스닥기업 폴리플러스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고,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화승인더스트리도 109억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화승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주주총회 이전부터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기를 엿보다 최근 주가 상승기가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증자로 모은 자금 일부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원료 구매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효성의 자회사인 진흥기업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146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하이닉스가 3516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또 금형사업을 하는 코스닥기업 대우솔라는 21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증자는 회사 시가총액(56억원)의 약 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밖에 세하(186억원) 휴먼텍코리아(165억원) 시노펙스(132억원) 등도 100억원대의 자금을 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조달키로 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사실상 마비됐던 증시 발행시장이 최근 주가 회복과 맞물려 물꼬를 트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시장과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시중 금리가 크게 떨어져 유동자금이 주식이나 주식 관련사채로 몰리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올해 경영 상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최근 주가 상승기를 틈타 가능한 한 실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만큼 증자가 성공할 경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자참여는 채권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보다 훨씬 위험한 만큼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부장은 "요즘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생존 능력과 수익구조 성장동력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분위기"라며 "과거처럼 증자가 무차별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든 시기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폴리플러스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증자를 결정한 상장사의 주가는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단기적으로 대규모 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이 우려된 탓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