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1층 객장은 모처럼 등장한 50~60대 투자자 30여명으로 북적였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는 온라인 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증시가 오르자 계좌를 개설하거나 시장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객장을 찾는 투자자가 늘었다.

직장이 쉬는 날을 맞아 객장을 찾았다는 A씨(36 · 영등포 거주)는 "5개월 넘게 주식 시세판을 들여다보지도 않다가 오랜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올들어 강남권 신규 계좌 증가

지난달 중순부터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6개월~1년 동안 자포자기 심정으로 손실을 지켜보던 개미투자자들이 슬슬 주식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여러 증권사 지점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직 반등 초기여서 직접 객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지만 문의전화는 부쩍 늘었다.


정녹표 메리츠증권 분당지점장은 "연락도 없던 고객들이 본인 계좌의 보유주식과 평가금액을 물어오는 게 그 징후"라며 "2007년 주가연계증권(ELS)을 사서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고객 중에는 70% 손실까지 각오했다가 손실폭이 30~40%로 줄어들자 반색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근접하면서 단기 차익실현 매물과 신규자금 유입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동자금이 풍부한 서울 강남권은 올 들어 신규 계좌가 10~30%까지 늘어난 곳도 있다.

이현기 현대증권 삼성역지점장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고객이 많은 편인데 작년 말 대비 신규자금이 10% 정도 더 들어왔다"며 "증권 은행 건설 등 전형적인 증시 트로이카주와 LG전자 삼성그룹주 등 대형 우량주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조재형 현대증권 개포지점장은 "지수 1000~1200선에서 매수 타이밍을 못 잡고 그냥 지켜보던 고객들이 1200선 돌파 이후 다시 극적으로 움직이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홍성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최근 갖고 있던 주식이 오르니까 내방객과 문의전화가 많이 늘었는데 신규 계좌 개설이 지난해 4분기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젊은 고객이 많은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강남대로점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30~40%나 신규 자금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우선진 지점장은 "직장인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만들러 왔다가 증권 계좌도 같이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에서도 투자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한 증권거래 사이트에서는 "오늘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추이를 따라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했다"거나 '전 고점을 돌파하는 데 매도하는 것은 너무 바보 같다' '추세에 반항하는 자는 죽음' '장기전에 돌입할 때' 등의 긍정적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LS · 공모주 관심 높아

아직 주식형 적립식 펀드로 신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환매 요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주식의 차익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매도한 자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공모주 청약에 다시 넣는 경우가 늘었다.

한 지점장은 "ELS나 소매채권, 대형 건설사 채권 등을 사는데 특히 공모주는 거의 웬만한 투자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 공모주 에스앤에스텍의 청약을 마감한 대우증권의 송관훈 일산지점장도 "작년 하반기만 해도 공모에 거의 관심이 없더니 이날 오전에 이미 청약 경쟁률 50 대 1을 넘겨 놀랐다"며 "펀드를 오래 들었던 투자자 중에선 돈을 빼서 반등장에 치고 나갈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보는 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큰 손실을 안겨준 ELS 상품에도 온기도 돌고 있다. 1~2년의 투자기간에 주가(지수)가 일정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커졌던 기존 구조가 최근에는 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홍성임 한국투자증권 지점장은 "원금 비보장형 ELS로 2억~3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온다"며 "기존 상품에 들어 조기 상환된 돈이 다시 재투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의 류남현 PB 팀장도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고 판단해서인지 신규 ELS 고객이 꽤 늘었는데 보수적인 은행권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다만 단기급등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대우증권 조용길 도곡지점장은 "1분기 실적 발표 등을 앞두고 추가 조정을 걱정하며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투자자도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문혜정/강현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