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던 시중 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뭉칫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주식 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과 주식형펀드로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도 재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풍부한 증시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증시 주변자금 4조원 증가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과 농협 등 7개 주요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838조1492억원으로 2월 말보다 11조2611억원 급감했다. 정기예금은 4조3564억원 감소했고 수시입출식예금(MMDA)과 보통예금도 각각 2조2182억원,4559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자금의 블랙홀이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한 달 사이에 3조7402억원이 빠져나갔다. MMF는 작년 9월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시중 부동자금의 피난처가 돼 올 1월7일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16일엔 126조624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가 이후 9일 연속 자금이 줄고 있다.

반면 이달 들어 증시 주변자금 규모는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3월 한 달 동안 2조6407억원 늘었으며 이달 1일 현재 13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상장지수펀드 포함)도 1조2763억원 늘어나 85조원을 넘어섰다. 펀드의 재투자분 등을 제외하고 국내 주식형펀드로 실제로 순유입된 규모가 1조167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달 국내 증시로 유입된 자금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연 3%대로 떨어진 반면 주가는 급반등해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국인 '바이 코리아' 지속

머니무브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43.61포인트(3.54%) 오른 1276.97로 마감하면서 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풀고 있는 유동성이 그동안 안전 자산에만 머물러 있었지만 증시가 1200선에 안착하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전날 대비 4.40% 급등한 것을 비롯 홍콩 H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대만 가권지수도 모두 강세를 보였다.

머니무브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선 증권사 지점장들은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자 고객들이 주식계좌를 다시 열고 펀드 환매 얘기도 거의 사라졌다"며 "각 지점의 신규 증권계좌 개설 규모가 작년 4분기보다 30~40%가량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 1200선 안착은 물론 1300선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우리투자증권은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며 2분기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종전 1388에서 1490선으로 높여 잡았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증권사 목표주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는 중"이라며 "한동안 유동성 랠리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돌아올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436억원,3611억원 순매수하며 쌍끌이 매수세를 펼쳤지만 개인은 8237억원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증시에서 2조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웠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증시가 살아나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멈칫하고 있다"며 "기존에 투자한 주식과 펀드의 수익률이 살아날 때까지 개인들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인설/김재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