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재풀 풍부…애널 연봉 잇단 삭감

증권업계가 애널리스트 연봉 협상 시즌을 맞아 국내외 우수 인력을 영입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증시가 시들해지면서 예년과 같은 고액 몸값을 미끼로 경쟁사에서 인력을 빼올 필요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외국계 IB(투자은행) 출신 애널리스트를 헐값에 채용할 수 있게 되자 리서치센터의 역량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는 것.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각각 최근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출신 애널리스트를 잇따라 영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3일 자로 이석제 전 씨티증권 상무를 자동차와 조선 담당 이사로 선임했다.

경제위기로 리서치센터 인력을 대폭 늘릴 상황은 아니지만 우수 인력 채용을 통해 연구 역량을 질적으로 향상한다는 방침에 따라 선별적인 영입작업에 나섰다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외국계 증권사 출신 1명을 스몰캡(중소형종목) 담당 애널리스트로 영입했고, 한국투자증권도 골드만삭스 출신 1명을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로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애널리스트를 그대로 둔 채 우수 인력 확보 차원에서 인원을 보강했다.

삼성증권은 인력을 물갈이하는 방식으로 리서치 역량을 강화했다.

4명의 애널리스트가 재계약이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고, 2명의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가 아닌 다른 부서로 보직을 바꿨다.

그 대신 삼성증권은 외국계 출신 2명을 영입했다.

우수 인력 수혈이 쉽게 이뤄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계 IB들이 몰락하면서 인력풀이 풍부해진 덕분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는 물론, 홍콩이나 심지어 뉴욕에서도 글로벌 IB 출신들이 이메일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는 예년에는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빈도는 줄었지만 경쟁사 인력을 빼가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종합증권업 인가를 받고서 리서치 부문을 강화하는 KTB투자증권은 유진투자증권 인력을 대거 확보했다.

KTB투자증권은 주원 유진투자증권 전무와 윤홍원 상무를 최근 영입한 데 이어 박희운 리서치센터장과 업종담당 애널리스트 3명 등 4명도 추가 영입하기로 했다.

글로벌리서치본부를 담당하는 삼성증권의 모 전무도 다른 국내 대형증권사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현대증권은 기존 애널리스트 2명을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내보냈으며,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용하자는 방침에 따라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상당수 증권사가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연봉협상을 진행하면서 급여를 동결하거나 많이 삭감했다.

삼성증권은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채 지난해 수준으로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은 소속 애널리스트의 기본금은 동결하고 지난해 성과에 대한 성과금은 평균 10∼30% 삭감했다.

현대증권도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지난해 대비 약 10% 줄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연봉협상 시즌에 인력 확보전으로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신규채용이 줄어들고 외국계 출신 등 공급이 늘어나면서 기존 인력을 버리는(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