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3일 만에 국내 증시에 돌아왔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 가격과 상관없이 코스피200 구성 종목 내 15개 이상의 우량주를 한꺼번에 매수하는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돼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국인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5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9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미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불안감이 불거진 이후 이틀간 국내 증시에서 하루 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날 순매수는 외국인이 다시 국내 시장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도 기여했다.

외국인의 귀환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 이뤄진 것이란 진단이다. 선물과 연계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차익거래와 달리 비차익거래는 선물과 상관없이 일정한 조건에 맞춰 기계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이날 863억원에 달하는 비차익거래의 대부분을 외국인 매매로 추정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비차익거래의 투자주체는 따로 집계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날 투신과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600억원,1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였다"며 "이를 감안하면 비차익거래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나 외국인의 주문을 받은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증권사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27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우량주를 바스켓(묶음)으로 매수하는 비차익거래로 주식을 산 것은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베팅'이라는 설명이다. 비차익거래가 순매수를 나타내자 프로그램 매매 전체로도 이날 16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 수급 상황을 개선시켰다.

심 연구원은 다만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아 아직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외국인 순매수 규모와 지속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