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대차기아차가 급등세를 탔다. 미 정부의 자동차업체 구제안 거부로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늘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주가흐름을 보인 것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도 국내 대표주들이 환율효과에다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상대적인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31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72%,5.96% 급등했다. 하루 전 뉴욕증시에서 GM이 미 정부의 구조조정 추가지원 유보로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26%가량 폭락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 '빅3' 업체의 파산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대차를 위시한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는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M과 크라이슬러 등이 파산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체에도 단기충격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품질 대비 가격매력이 높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높은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들어 지난 3월30일까지 각각 42.5%,29.6% 급등해 같은 기간 GM(-15.6%) 도요타(9.5%)의 주가를 압도했다. 주가를 미 달러 기준으로 비교하면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한 3월에 더욱 차별화된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월 각각 27.3%,39.3% 급등해 GM(20%) 도요타(-0.6%)보다 크게 선전했다.

자동차업체 뿐만 아니라 IT 금융 철강 등의 국내 대표주들도 환율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금융위기 속에 글로벌 구조조정 수혜 기대감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일본 경쟁 업체들에 비해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3월에 각각 21.6%,30.9% 상승해 미국 IMB(2.7%) 마이크로소프트(8.2%),일본 캐논(14.2%) 히타치(10.2%) 등을 추월했다. 미 달러 기준으로 비교하면 LG전자는 44.1%,삼성전자는 33.9%로 상승폭이 더 큰 반면 캐논과 히타치는 각각 13.5%,9,8%로 줄어든다. 금융 대표주인 KB금융지주도 달러 기준으로 이달 중 28.8% 뛰어 골드만삭스(10.3%) 스미토모미쓰이(11.3%)보다 2배 이상 더 올랐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원 · 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급격히 빠지며 환 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국내 대표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국내 대표주들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커졌다"며 "원 · 달러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환율이 떨어지면 환 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한 달간 실제 환율 하락기를 틈타 외국인은 LG디스플레이(4770억원) 삼성전자(3720억원) LG전자(2935억원) 현대중공업(1682억원) 등 국내 대표주를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황 연구원은 "경기침체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당장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원 · 달러 환율이 1400원 내외에서 횡보할 경우 환 차익을 덤으로 노릴 수 있는 국내 대표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