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례적으로 모기업에 수백억원대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해 관심이다.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현금을 모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3월 결산을 마감하기 전인 이날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KB금융지주에 490억원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이 회사의 지난 회계연도 기준 자산총액(1023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 회사가 중간 배당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배당을 요청해 온 데 따른 것"이라며 "자본금과 그동안 쌓은 이익잉여금을 고려해 배당 규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 운영자금이 부족해 은행에서 차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은행도 배당을 않기로 해 사정이 가장 나은 자산운용사에 배당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푸르덴셜자산운용도 2004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분 99.7%를 보유한 모기업 푸르덴셜투자증권에 지난 24일 203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푸르덴셜자산운용의 지난 회계연도 영업이익(128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푸르덴셜그룹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의 자기자본 확충과 자기자본투자(PI) 등에 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이 고객이 맡긴 자금 규모에 비례하는 구조여서 금융위기로 손실이 컸던 다른 금융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을 갖고 있어봐야 투자할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도 운용사들이 중간 배당을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한편 박현주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모회사인 삼성증권보다 규모가 작은 삼성투신운용 등은 중간 배당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