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해소"…"유가상승 요인"

미국 달러화 약세는 한국경제에 `양날의 칼'처럼 긍정과 부정적 영향을 함께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화 약세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의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어느정도 필요하지만,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국제 유가 및 물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3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달러화 약세는 금융불안 해소와 외화 자금조달, 주가 안정 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 유가와 상품가격을 상승시켜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일단 달러화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이 금융 위기 해소와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화 팽창 정책을 펴고 있어 달러화 가치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달러화 팽창에 따른 약세는 미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긍정적 의미의 약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15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 나타났던 달러화 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도의 달러화 가치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화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주가 급락 사태도 막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는 다른 측면에서는 달러화의 근본적 문제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달러 약세의 반대 효과로 나타나는 상품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기에 부담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외국환과 비교한 달러화 가치 지수가 75(1995년 100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선으로 급등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현재 달러화 가치 지수는 84~8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한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1월 40억4천만달러, 2월 1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5,10,12월을 제외하곤 9개월 동안 적자를 냈다.

작년의 경우 대규모 무역적자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여 유가 급등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출 여건도 취약해 경제에 악영향이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입장에서 달러화 약세는 그 방향성 못지 않게 속도도 중요하다"며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준 기자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