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25% 늘어나 모럴 헤저드 논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온 국민이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었음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들이 올해 임직원 등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주식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모럴 헤저드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가운데 20개 기업(21건)이 보통주 기준으로 573만7천527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19개 기업(23건)이 460만456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에 비해 24.72%나 늘어난 것이다.

임직원 107명에게 61만4천여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가 도덕적 해이 등을 질타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당초 계획을 취소했던 신한지주를 제외해도 올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주식은 작년보다 10.76% 증가했다.

주요 기업별로는 한국외환은행(49만주), 웅진코웨이(33만주), 두산(9천800주), 두산건설(7만9천650주), 두산인프라코어(23만4천주), 아인스(300만주), 보루네오가구(15만주) 등이다.

이들 기업 중 웅진코웨이와 보루네오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은 대부분 적자이거나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로 올해 상당수 기업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점에서 적정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제 불황으로 사실상 국가 전체가 비상 경영 상태에 들어간 마당에 일부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특혜성 스톡옵션을 제공한 것은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처사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책임 있는 경영진 등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당근'이라는 점에서 기업실적 악화에 책임져야 할 인사들에게 스톡옵션을 성과급으로 준다면 제도 자체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코스닥상장법인의 경우 스톡옵션이 감소했다.

올해 58개 기업(63건)이 1천793만2천595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해 작년 같은 기간의 64개사(69건) 2천335만6천768주보다 주식 수 기준으로 23.22% 줄어들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