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지수가 5일 만에 12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외국인이 10일 만에 매도세로 전환한 것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우려로 미국 증시가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외국인의 매물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원 · 달러 환율의 상승 반전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수급이 약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증시는 코스피지수 하단 지지력을 테스트하며 추가 상승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주 약세 두드러져


이날 코스피지수는 40.05포인트(3.24%) 떨어진 1197.46으로 마감했다. 하락폭이 지난 2일(44.22포인트)에 이어 3월 들어 두 번째로 컸다. 코스닥지수도 2.19%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공세로 하락세로 반전한 후 미국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에 추가 금융 지원을 보류할 것이란 외신이 전해지자 하락폭이 확대됐다. 환율이 42원 이상 급등하면서 1400원 선에 다시 근접한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전날의 70% 수준으로 줄어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을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은행(-6.57%) 보험(-4.69%) 증권(-4.26%) 등 금융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운수장비 기계 등도 4%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30위권 가운데 SK텔레콤과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정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로 쌍용차(-10.45%) 대우차판매(-11.79%) 기아차(-5.18%) 등 자동차주도 약세였다.

10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외국인은 하이닉스와 한국전력을 나란히 170억원 이상 순매도했고 KT NHN 동양제철화학 KB금융 등도 1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도 전환에 대해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지수가 1000에서 1250까지 조정 없이 곧장 올라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며 "실물경기와 기업이익 측면에서 시장이 부담되는 수준까지 왔으므로 일단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GM의 파산 우려는 단기적으로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주와 관련한 파생상품 손실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금 낭비를 막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특히 한국 자동차업계는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조정 후 재상승 전망

주가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34%나 급등해 월간으로 1998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실적에 비하면 가격 부담이 생겼으므로 4월 초까지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무도 "1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을 앞두고 은행 등의 업종에서 추가로 실적 악화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 완화로 지수가 한 단계 '레벨 업'된 만큼 추가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으므로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연초보다는 좁은 박스권에서 하락을 멈출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율 움직임에 따른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4월 코스피지수 변동폭으로 1150~1350 안팎을 제시하고 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은 "박스권 상향 돌파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은행주와 건설주보다는 실적과 수급이 뒷받침되는 정보기술과 자동차주,그린테마주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