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의 강세는 회사채 금리의 하락세 때문으로, 회사채 금리의 추가하락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주가의 상승 속도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0일 "지난주 코스피가 1200선에 올라섰지만 기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 유니버스 기준 지난주말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2.9배로, 2000년 IT 버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주가수준이 터무니 없이 높았던 IT 버블 국면을 제외할 경우 2000년대 이후 한국 증시의 PER 고점은 강세장의 막바지 국면이었던 2007년 7월 13일의 13.2배였다. 2007년의 고점 대비 주가는 많이 하락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치도 함께 악화돼, PER 만을 놓고 보면 한국 증시는 결코 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두 가지 경우에 높은 PER이 용인될 수 있다"며 "첫번째는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경우인데, 기업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식의 상대적 메리트가 높아지는 경우이다. 그는 "최근의 주가 반등은 두번째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며 "특히 주식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금리 하락(A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 금리 하락)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장세의 특징은 PER이 상승하면서 주식 자체의 투자 메릿은 떨어지고 있지만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과 비교해 본 주식의 상대적 메리트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 트랜드에 극적인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가 상승의 열쇠는 금리, 특히 회사채 금리의 추가 하락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사채 수익률이 더 떨어져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 시장에서 돌발 악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향후 1~2 개월래 발표될 경제지표들의 내용도 시장에는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급격한 반락이 나타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PER이 높아졌고 금리의 추가 하락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KOSPI 가 지난주까지와 같은 속도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수에 베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스피의 정체 속에 유가증권 시장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상대 강세가 나타나는 흐름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