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감췄던 'BBB' 회사채 재등장
채권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가 크게 감소하면서 채권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고,대기업에 이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채권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청약을 받은 아시아나항공(BBB0)이 30일 1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을 비롯해 신용등급 'BBB+'의 금호종금(150억원), 'BBB0'의 한화엘엔씨(300억원) 등이 이번 주 총 1450억원 규모의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확산돼 통상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수 있는 한계등급인 'BBB'급 회사채 시장에도 봄기운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A'급 회사채와 달리 'BBB'급 회사채는 지난달까지 사실상 발행이 중단됐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 'A'급 이상의 경우 올 1~2월 중 회사채 발행액이 전년 동기보다 311% 급증했지만 'BBB'급은 오히려 68% 감소한 상황이다. 신용경색을 반영해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신용등급에 따른 차이가 뚜렷한 셈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낮아지면서 비우량채로도 수요가 조금씩 확산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BW에 발행금액보다 많은 청약자금이 몰린 데다 지난 주말 한화건설(BBB+)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BBB'급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성진 삼성투신운용 채권1팀장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까지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물량부담 우려로 주춤하고 있는 반면 회사채 금리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실제 3년물 기준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달 말 연 3.82%에서 지난 27일 3.74%로 0.0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3년 만기 'AA-' 회사채 수익률은 6.60%에서 6.07%로 0.53%포인트나 떨어졌다. 'BBB+' 회사채의 수익률도 12.10%로 한 달 만에 0.2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신용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BBB'급 회사채 발행이 더해지면서 이달 전체 회사채 발행금액도 7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진수봉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혈안이 돼 있어 향후 회사채 발행규모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분위기가 호전된 만큼 'BBB'급 회사채와 주식 관련 사채의 발행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난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본격적인 수요회복으로 이어지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새로 발행되는 비우량 회사채들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유통시장에서의 거래는 아직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BBB급 회사채 발행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팀장도 "투신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아직은 비상운용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회사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소규모 투자자들 외에 '큰손'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회사채 시장으로의 시중자금 유입과 함께 외국인들도 국내 채권에 대한 매수세를 이어감에 따라 '3월 위기설'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주말까지 1조7767억원의 채권을 순매수 중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