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법인들의 정기 주총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상장사 482곳이 무더기로 주총을 연 27일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상장사 경영권이 뒤집힌 사례는 없었지만 한단정보통신 주총에선 표대결 끝에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아 관심을 모은 아크투자자문이 추천한 사외이사와 감사가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해 관심을 모은 한단정보통신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며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주총 결과는 아크투자자문 쪽 요구가 대부분 관철되면서 종료됐다.

이사선임 안건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손에 의해 갈렸다. 회사 경영진이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 부결되고 3명이 통과된 반면 아크투자자문이 추천한 2명 중 한 명은 자진 사퇴하고 인치정 법무법인 정평 변호사 1명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감사도 국민연금이 지지한 아크투자자문 측 김정호 하나대투증권 자문위원이 선임됐다.

논쟁이 됐던 배당은 당초 회사 측이 제시한 175원 대신 아크투자자문이 요구한 500원으로 결정됐다. 국민연금은 회사 측 배당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세이에셋자산운용(4.76%) 등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받은 아크투자자문 측이 참석주주의 51.6%의 동의를 얻었다.

강인호 아크투자자문 대표는 "주총을 열기 전에 많은 대화를 통해 대립적인 분위기가 많이 해소된 상태에서 주총을 진행했다"며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경영참여에 성공한 만큼 회사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운돈 한단정보통신 이사도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고 주주중시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경영권 유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향후 아크투자자문과 협력해 회사를 잘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사외이사 및 감사 후보를 추천해 관심을 모았던 에스에프에이 주총은 경영진의 승리로 끝났다.

에스에프에이 지분 10.87%를 보유하고 있는 장하성펀드 측은 김진현 한솔제지 사외이사를 에스에프에이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참석주주들의 과반수 이상 찬성표를 받지 못해 탈락됐다. 장 펀드가 추천한 감사후보도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이 가결되면서 감사 선임안건이 자동 철회돼 선출되지 못했다. 장하성펀드와 회사 측은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표결에 부친 결과 통과됐다.

결국 장하성펀드 측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사 선임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경영진과 대주주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네오엠텔 주총도 경영진 승리로 일단락됐다. 에스씨디 측이 요구한 이사 수 확대 안건을 표결한 결과 50% 이상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기존 '3인 이상 5인 이내' 안건이 유지되면서 에스씨디 측의 이사선임 계획은 자동 무산됐고,이사에는 네오엠텔 이사회가 추천한 이정훈씨가 선임됐다.

네오엠텔의 최대주주인 에스씨디는 지난달 25일 네오엠텔의 지분 11.56%를 사들이며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네오엠텔의 현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올해 12월 결산법인의 주총 시즌은 오는 30일의 119개사에 이어 31일 87개사가 주총을 개최하면서 막을 내린다.

조진형/강지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