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시에서 퇴출되는 상장기업이 무더기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지 못했거나 자본잠식, 대규모 손실 등을 보고하는 상장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장사는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가 확정된 온누리에어를 비롯해 지난 25일까지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증시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은 43개사에 달한다. 대부분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을 받지 못했거나 잠본전액 잠식, 대규모 손실 등으로 기업의 존속이 의심받고 있는 곳이다.

미디어코프의 경우 대규모 손실로 자본 전액이 잠식됐고, 굿이엠지는 기업의 존속능력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엑스씨이 포넷 우수씨앤에스 상성수산 코스모스피엘씨 카이시스 붕주 에프아이투어 등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의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곳까지 합하면 퇴출 위험 가능성이 큰 곳은 80개사를 넘어선다. 이들은 해당 사유를 해소하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무더기 상장 폐지가 현실화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지난해 극심한 자금난과 경영환경 악화를 겪은데다 상장 폐지 절차도 올해 더욱 까다로와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 한 기업만 50개가 넘는다"면서 "예년보다는 훨씬 많은 기업이 퇴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의견 거절과 자본잠식, 부도, 시장 이전 등을 포함해 상장이 폐지된 종목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2007년 17곳, 2008년 26곳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증권가에서는 메신저 등을 통해 상장폐지가 유력한 '살생부' 리스트마저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코 관련주 등 일부 예외적인 곳을 빼고는 상당수가 정리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은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크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