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4일 한 달 보름 만에 다시 1200선을 탈환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1200선에 올랐다가 뒷심 부족으로 박스권으로 후퇴하는 양상을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1200대에 안착해 추가 상승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 · 달러 환율의 하락 안정세로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하고 주식 매수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은행의 부실 자산 처리가 큰 가닥을 잡아 금융주가 힘을 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과 프로그램 매도 물량,펀드 환매 물량 출회 가능성 등은 추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지속돼 온 1000~1200의 박스권은 최소한 1100~1300선으로 한 단계 '레벨 업'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외국인 '바이코리아'가 열쇠

이날 코스피지수는 22.20포인트(1.85%) 상승한 1221.7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12.39로 마감해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10선에 올라섰다.

전날 뉴욕증시가 7% 가까이 급등한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장 시작과 동시에 2%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38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외국인은 6일 사이에 805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도 순매수에 가담했으나 장 막판 차익 물량을 쏟아내며 1863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0월 급락장 이후 다섯번째인 1200선 안착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우선 최근 증시 상승의 일등공신인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섰고 미 금융시장 불안감도 한결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순매수를 강화하는 매매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미 금융권의 부실 자산 처리 방안 확정과 환율 안정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한국 증시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고 포트폴리오 중 한국 비중이 워낙 낮아 추가 매수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경우 단기 랠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한화증권은 유동성의 힘으로 지수는 2분기 중 133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1320,하나대투증권 1310,현대 우리투자 메리츠증권 등은 1300선까지 단기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날 BNP파리바증권은 연내 코스피지수 상한선을 1450으로 높였다.

지수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은행 증권 등 금융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선두 주자인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실적 발표 전까지는 증권 은행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IT 자동차 철강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으면서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유망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 움직임이 변수

기관은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지난 5일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식 현물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나빠지자 차익 물량이 쏟아졌다"며 "선물시장에서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선 주식 현물시장의 기관 매수세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장은 "당장은 환매 물량이 나오지 않겠지만 1300선에 근접할 경우 펀드 가입자들의 환매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