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속속 이동하면서 '미니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동자금의 단기 피난처였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1주일 사이에 1조원 줄어든 반면 개인 투자자금이 대부분인 주식형 펀드와 고객예탁금은 각각 1조원과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코스피지수는 23일 한 달 보름 만에 장중 1200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간 끝에 28.56포인트(2.4%) 오른 1199.50으로 마감했다. 은행주가 4% 이상 급등하는 등 금융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도 2% 이상 올랐다. 지난달 하루평균 4조원 선이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원 수준으로 25%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에서 금융사 부실 처리 및 자본 확충이 본격화하고 '슈퍼 추경'이 추진되면서 단기 부동자금들이 속속 증시로 들어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하락으로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진 것도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외국인이 2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1391원60전으로 20원90전이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증시 자금 증가세는 뚜렷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이달 들어서만 1조580억원이 들어왔다.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9500억원과 1조2000억원이 빠져 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 개인 주식투자 자금인 고객예탁금도 1조5000억원 늘어난 11조7303억원으로 12조원에 육박하며 1년4개월 만에 최대치로 올라섰다.

반면 그동안 부동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MMF 자금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126조6242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MMF는 현재 125조6440억원으로 1주일 새 1조원가량 빠져 나갔다. 부동자금이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증시 자금 증가에 따른 '미니 유동성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장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기봉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의 금융사 부실자산 처리 방안이 시장에 먹히면 주가가 추가 상승하겠지만 경기 부진 탈출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뒤따르지 않으면 차익 실현 매물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