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美금융주, 外人 순매수 필요조건"

미국 금융주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매에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 금융기관의 주가가 반등하면 전 세계적으로 신용경색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3일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2008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매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금융주 주가의 동향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주가 상승할 때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항상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몇 차례의 국면에서 미 금융주가 반등세를 나타냈다는 것.
실제 미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흡수 합병된 이후 미 금융주가 반등했던 지난해 4월18일부터 같은 해 6월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천400억원을 순매수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인 지난해 11월25일부터 올해 1월7일까지 미 금융주 반등 국면에서도 외국인은 2조9천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또 미 금융주에 대한 국유화를 계기로 S&P500 금융업지수가 96.82(3.10)에서 109.74(3.20)까지 오른 기간에 외국인은 1조3천249억원어치의 '바이 코리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오후 1시2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368억원을 순매수하며 5거래일 연속 '사자행진'을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 금융주 주가는 글로벌 신용경색의 심화 또는 진정 여부를 보여주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미 금융주의 반등이 외국인 순매수를 이끄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이 금융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사실상의 '배드뱅크'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금융주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배드뱅크 설립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전체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 금융주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미국이 민관 공동의 펀드를 만들어 금융권 부실자산을 청산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펀드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적절한 투자 수익률'이라는 유인책과 금융권의 부실자산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값을 매길 것인가 하는 문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